뉴욕의 비 오는 아침, 왜 우산을 쓰지 않을까?
비가 오는 아침, 뉴욕의 거리 위에서
오늘 아침, 맨해튼으로 향하는 길. 하늘은 회색빛으로 내려앉고, 빗방울은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내리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가방 속 우산을 꺼내 들었지만, 곧 멈칫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신기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산은 들고 있지만 펴지 않은 채, 또는 아예 없이—그들은 그저 비를 맞으며 바쁘게 출근길을 걷고 있었다.
뉴욕커들은 왜 비를 맞을까?
그 모습이 처음엔 의아했지만, 곧 익숙해진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바쁜 도시다. 그리고 이 도시는 무언가를 신경 쓰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을 단련시킨다. 우산을 쓰는 대신, 후드 달린 재킷을 입고 걷는다. 비를 피하기보단 그냥 지나간다. 이곳에선 비조차도 도시의 리듬을 방해하지 못한다.
도시의 리듬은 우산보다 빠르다
맨해튼의 인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출근 시간대에는 어깨가 부딪히지 않고 걷는 게 더 힘들다. 그런 공간에서 우산은 오히려 방해물이 된다. 사람들과 부딪히고, 시야를 가리고, 심지어 누군가의 눈을 찌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뉴요커들은 우산 대신 빠르게 걷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젖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각하지 않는 것이다.
우산은 스타일을 해친다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우산은 어딘가 스타일을 깨트리는 도구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큰 우산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실용적이지도, 멋스럽지도 않다. 대신 사람들은 블랙 트렌치코트, 방수 후드 자켓, 그리고 가죽 부츠로 빗속을 견딘다. 빗방울이 조금 튀는 건 괜찮다. 그것마저도 뉴욕의 도시적 무심함 속 하나의 멋으로 보인다.
뉴욕의 바람은 우산을 무력화한다
여기서 비는 종종 바람을 동반한다. 빌딩 사이를 가르는 강한 바람은 우산을 단 몇 초 만에 뒤집어 놓는다. 종종 쓰레기통 옆에 뒤집힌 채 버려진 우산을 볼 수 있다. 그걸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차라리 들지 말걸.” 뉴요커들도 그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언젠가부터는 아예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지하철 중심의 생활, 우산은 번거롭다
대부분의 뉴욕 직장인들은 도보와 지하철을 통해 출퇴근을 한다. 비 오는 날, 몇 분 걷다가 지하철 타고, 다시 몇 블록만 걸으면 사무실이다. 그렇게 짧은 거리에서는 우산을 펴고 접는 수고가 오히려 번거롭다. 더군다나 젖은 우산을 들고 실내로 들어서는 불편함은 누구보다 뉴요커들이 잘 안다. 그래서 선택한다. 그냥 맞고 걷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는 걸.
“진짜 뉴요커는 비를 맞는다”는 농담
때로는 이런 행동이 뉴욕이라는 도시 정체성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현지 포럼이나 커뮤니티에서는 “진짜 뉴요커는 비를 맞는다”는 농담이 돌아다닌다. 이 말에는 그들만의 쿨한 무심함, 그리고 도시를 살아가는 태도가 담겨 있다. 우산을 쓰지 않는 게 멋있어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게 이 도시의 방식이니까.
결국, 뉴욕은 그렇게 살아가는 곳이다
비 오는 아침. 나는 결국 우산을 펴지 않았다. 그냥 사람들처럼, 천천히 걸었다. 머리가 조금 젖고, 재킷 소매가 축축해졌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도시의 리듬과 보폭을 맞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뉴욕은 그런 곳이다. 비가 온다고 삶의 템포를 늦추지 않는 도시. 젖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때로는 그 태도가, 이 도시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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